또 이 허준이 의원이 되는 길을 괴로워하거나 병든 이들을 구하는 데 게을리하거나 약과 침을 빙자하여 돈이나 명예를 탐하거든 저 . 를 벌 . 하소 . 서. 이 고마 . 움 . 맹세 . 코 . 영원히 잊지 않으 . 오리 . 다.다음 순간 허준은 그 유의태의 길을 가로막듯이 꿇어앉았다.문득 목멘 그녀의 목소리가 등뒤에서 났다.초상났나, 뭐꼬!그러나 아들도 임오근도 유의태를 실망시켰다.그런 그가 유의태의 아들이 내의원에 들어온 것을 알고 나선 잊혀져가던 유의태가 다시 나타난 듯이 긴장했다. 그러나 그 긴장은 오래 가지 않았다. 그 유도지의 의술의 정도가 대수롭지 않다는 것을 알고 나서는 마치 자신의 오랜 복수가 성취나 된 듯한 웃음을 웃었다.뭐 짐작가는 게 있나?아니 도제조는 명목상의 총괄자고, 삼의사에 배속된 각 의원들을 일일이 평점해 아는 이는 양예수이니 그가 내정한 인물을 도제조는 동의할 뿐이다.각자 벽에 기대기도 하고 자리에 엎드려 서첩을 뒤적이는 5, 7명은 낯선 인물들이었고 그 한쪽에 술상을 받아놓은 임오근은 허준의 웃는 낯을 향해 마치 낯선 침입자나 보듯 눈길이 날아왔다가는 들고 있던 술잔을 비워 건넛사람에게 권하며 더 이상 돌아 않았고 도지 또한 이불뭉치를 보료삼아 비스듬히 기대어 책을 보고 있다가 허준의 목례에 고개만 끄덕했을 뿐 자세를 고쳐앉으려는 태도도 없이 다시 책장에 눈길이 갔다.그렇네, 내가 보기 자네는 적임자인즉.내가 묻고 있는 건 어느만침 먹였는가를 말하라는 걸세!안까 속에서 김민세의 소리가 났을 때였다.어느새 뒤따라 들어온 떠꺼머리가 아들 부부를 대신해 소리쳤고 정상구도 우공보도 따라들어왔다.그 사정 알지만 우리들은 잠시도 더는 지체할 수 없는 사정이라지 않소.날이 새는 바람일세. 마냥 이러고 있을 수 없어.미안하오만 난 안되겠소. 과것길 떠나는 사람 내 볼일 제쳐놓고 시간을 허비할 수 없으니.그렇소, 우측 건너편에 전옥서가 있는 좌측 모퉁이오.의원 밖엔 구경꾼들만이 날로 불어나 떠들썩했다.아직 허준의 손맡에 있는 몇 권의 책을 회수하
인심이란 애초 그 정도 엷은 것인지 모른다. 허준이 눈먼 병자의 눈을 다시 뜨게 했다는 소문이 돌자 이틀도 지나지 않아서 마치 기다리고나 있었던 듯이 유의태의 의원은 다시 찾아드는 병자로 메워지기 시작했다.260리쯤!절간을 찾아 잠을 자고 인근 마을에 내려가 의술을 베풀어 의식을 해결할 수 있다는 말이 덧붙자 허준은 가족과의 상의도 없이 결심을 하였다..!나아서 돌아가는 병자가 수없이 많다 할 것이로되 새로운 병자들이 끝도 없이 또 밀려들어온다.유의태는 대답하지 않았다.눈물이 비쳐나오고 있었다. 외로웠다. 머리맡 문풍지를 울리며 자꾸만 떠는 강변 설한풍만큼이나 허준의 가슴속을 불어치는 건 때아닌 외로움이었다.대답 대신 허준은 소년으로부터도 몇 발 물러났다. 이제야 소년의 손이며 얼굴에 감긴 천은 방한 때문이 아니라 자신의 병을 감추기 위한 위장인 것을 알았기 때문에.순간 김민세가 지금까지의 그답지 않은 격한 어조로 소리쳤다.이 사람을 살려야 해. 고생고생만 해온 이 병자를 살려보리라!쉬어도 광주를 지나서!그러나 자기가 믿는 바대로 스스로 행하여 병을 낫운 기쁨에 비길 수는 없다.말끝에 관기가 다가와 허준의 의복의 매듭을 풀기 시작했다.허준이 유의태의 문도였다는 소문이 갑자기 내의원 안팎에 화제가 되었다.김민세가 아들의 신발짝을 내보이며 외쳤다. 순간 한 눈이 빠진 환자의 정한 외눈이 김민세를 향해왔다. 뒤이어 들고 있던 여자 환자의 국사임오근이 잽싸게 일그러지는 말로 허준의 이름 위에 찬물을 끼얹었으나 대답 대신 방안에 불이 켜지고 불쑥불쑥 이 사람 저 사람이 일어나 앉았다.노자도 부실한 형편이라 미리 떠날 주제는 아니 되고 일단 길을 나서면 공부도 아니 될 터이니 단 한나절이라도 더 짐에서 공부를 보태다가 한 열흘 앞두고 떠날 작정일세,해야 하리!전옥서라면 사람 가두어놓는 곳 아니냐.그렇네. 한강 상류인 뒴개 근처라 하나 아직 난 쫓아가 못했네.길을 버렸을까. 어의가 되는 길을 알면서도 내쫓겨났는가. 아니면 그도 안광익처럼 왕가에 무슨 척을 지고 뛰쳐나을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