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희였다.“삼차각 설계도에 1931년 9월 12일생이라는 대목이 있거든요. 그날은 아마도 이 안의 음모가 가동되기 시작했고 이상은 자신의 인간적인 삶을 포기했던 날일 거예요.”문 형사는 총을 거두며 상대방을 일으켰다. 상대방은 그제서야 고개를 들며 말했다.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건우는 계속해서 O N N A에 차례로 손가락을 가져갔다. 그리고 마지막 A를 누른 순간 이상의 미로 첫 번째 관문은 끝났다.단군력 4328년 7월 11일. 서기 1995년 8월 12일문 형사는 다 타버린 꽁초를 마지막으로 빨고는 재떨이에 던져 넣었다. 꽁초는 불씨가 제대로 꺼지지 않아 남은 연기를 피우며 재떨이 안에서 타고 있었다.“그래요. 그곳이 가장 위험한 곳이죠. 하지만 걱정 말아요. 밖에 있을 테니.”“우리 유라한테 무슨 용건이죠? 시경에서.”시각적 확신을 포기하라. 사람은 거울.이미 설치되어 있다. 어쩌면!덕희는 크게 기지개를 켜고 침낭에서 빠져 나왔다. 창 밖에서는 지칠 줄 모르고 몸을 불태우는 태양이 중천에 떠 있었다. 덕희는 모닝 커피를 끓이기 위해 테이블 위의 주전자를 들었다.“아니, 어느 집에 불이 났나?”때로는 중국 대륙 한복판에 있기도 하고 때로는 유럽 대륙으로 이동하기도 하는 것이다. 일본은 언젠가 그 기운이 이동하여 한반도를 지날 것을 두려워한 것이다. 만약 그 기운과 지금의 지세가 결합한다면 막강한 힘을 지닌 강대국이 자신들의 가장 가까운 인접국이 되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일본은 그것을 막으려고 한 것이다.덕희는 물건을 다 고른 후 계산을 치르기 위해 가게 주인을 찾았다.종업원의 상투적인 인사말을 뒤로 하고 덕희는 음료수가 진열되어 있는 냉장고로 향했다.“시경에서 나왔습니다. 어떤 사건에 관해 김유라씨에게 용건이 있습니다.”덕희는 점점 초조해졌다. 다시 한번 건우의 전화번호를 눌렀다. 다시 한번 또 다시 한번 그러나 역시 길게 늘어지는 신호음만 들릴 뿐이었다.덕희는 시계를 바라보았다. 시계바늘은 8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거세된 양’과의 약속 시간이
하지만 놈은 대답 없이 덕희의 손을 뿌리치려고 했다.녀석은 오전에 이연을 살해했던 살해범은 아닌 듯했다. 그 녀석은 훨씬 강했으며 빈틈이 없었다. 하지만 이 녀석은 이제 막 이런 일에 뛰어든 신출내기처럼 허술했다.“뭐야. 왜 불이 꺼져 있지? 잠이 든 걸까?”“이봐! 보고 있는가? 듣고 있는가? 여기 게임의 승자가 있다.이제 50년 동안 계속된 게임을 종결짓겠다.“그래, 모험가들뿐만 아니라 정부에서도 해방 후 박정희 대통령 때 비밀리에 그 금괴가 숨겨진 비밀 창고를 찾았었나 봐. 그런데 끝까지 찾을 수가 없었던 거구.”덕희는 놈들의 손에 이끌려 차에서 내렸다.건우는 덕희의 노트북을 꺼내 다시 파일을 열어보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틀린 부분이 없었다.@p 208“정말 전쟁이 끝났다고 생각하나? 전쟁은 인간이 이 지구에 존재하는 동안 끝나지 않는다. 그리고 세상의 모든 인종이 하나의 언어를 쓰게 되고 하나의 혈통으로 통일되지 않는 한 민족간의 갈등도 끝나지 않는다. 영원히 강한 자가 약한 자를 지배하게 되고약육강식. 그래서 나는 이곳을 지켜온 것이다.”9행 쾌청의공중에붕유하는Z백호.회충양약이라고씌어져있다.머리를 건우의 엉덩이에 부딪힌 문 형사가 툴툴거렸다. 건우는 아랑곳 않고 플래시를 들어 정면을 비춰 보았다. 그것은 둥근 원판이었다. 원판은 열두 부분으로 분할되어, 각 부분에는 십이지신의 모습들이 하나씩 새겨져 있었다.엄살 좀 부리지 마세요. 문 형사님! 닫히는 장치가 있으면 출구를 여는 장치도 있을 거예요. 그보다 덕희를 찾아야 해요. 이곳 어딘가에 있을 거예요.그리고 잠시 후 풍덩하는 소리와 함께 물 속으로 곤두박질 쳤다. 다행히도 낭떠러지 아래는 깊은 물웅덩이였다.4.지구를모형으로만들어진지구의를모형으로만들어진지구.나는 거대한 나무 밑동에서 꼭대기까지 한번에 뛰어올라야 하는 것이다. 실패는 용납되지 않았다. 준비운동도, 재도전의 기회도 없었다.그때 창문에 반짝이는 물체가 보였다. 녀석이 들고 있는 칼에 반사된 달빛이었다.녀석은 인기척이 들리자 몸을 숨긴 것 같